♣ 정언연의 늪/◈ 감성 엣세이

공상-존재하지만 존재하지않는 존재

보라비치 2009. 3. 12. 20:43

 

위를 쳐다보면 파란 하늘이 보이고

땅을 딛고 서 있는 나를 본다.

그 순간만큼은 나의 존재가

존재하고 있다는 걸 의식한다.

 

아무도 나의 존재엔 관심없다.

눈동자 조차 마주치지 않는다.

횡단보도를 지나쳐 훤히 뚫린

도로를 건너다가 뺑소니 차에 치이면

사람들이 몰려와 처참하게 널부러진 나를 보겠지

모두가 안됐다는 표정들 일거야

 

누가 나를 위해 눈물 한방울 흘려줄까

아직은 더 살만한 나이에

날개꺾인 내 인생에 누가 안타까워 해줄까

 

빗질도 하지 않은 부성한 짧은머리를

억지로 잡아당겨 질끈 동여메고

등장인물들의 일거수 일투족 상황들을

장황하게 늘어논 소설이나 뒤적이며

머릿 속은 둥둥 환상에 떠 있는 하루..또하루...

 

사랑이란 망상에 젖어

되지도 않는 사랑시나 끄적인다.

그러다가 문득 목욕탕에서 외엔

하루 한번 쯤 들여다보는

거울 속의 또다른 나.....

 

애절하도록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개풀 뜯는소리를 하는 남자들...

지금 이꼴을 보면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듯

환상에서 깨어나 바보가 된

자신의 가슴을 쥐어 뜯을 남자들...

 

거울 속의 여자는

자신의 모습에 짜증나지만 웃는다.

하지만 거울 밖의 나는....

....난 왜 이럴까

자책하며 가슴을 치며 통곡한다.

 

그 통곡은 메아리가 되어

몸 속 깊숙히 울려퍼져

드디어 뜨거운 눈물이 되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이유는

잘 알지도 모른체 그냥 하루가 간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않는 존재

정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