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언연의 늪/◈ 감성 엣세이

둘이서 비오는 바다를 다 마셔버렸다.

보라비치 2014. 3. 30. 19:26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토요일 아침
예전같으면 거침없이 배낭에 물한병 커피
과일 몇조각만 넣어 둘러메고
어디론가 바다를 찾아 나섰건만
요즘 귀차니즘에 빠져 딩굴댕굴
궁뎅이 평수만 넓혀가고 있었으니,,,,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바다가 보고싶다'
라는 나의 한마디에 주저없이 같이가자는 친구,,
나도모르게 주절거려 놓고도 걱정이 되었다.
난 무게가 쬐메 나가니 버틸수 있지만
저 민들레 홀씨같은 몸띵이 바람에
날아가기라도 하면 우짜지?
걱정은 뒤로하고 무조건 나의 나와바리인
태종대로 치달았다.
가면서 약속을 했다.손가락 걸고,,,,
수영이의 절친이 마침 해변가에서
가게를 하고있으니 거기서
쐬주 딱 한병만 농갈라 먹자고,,,,,

중국의 산수화 못지않은 풍광
파도소리
솨솨솨 철~써스스스,,,
표현 직인다.
부딪혀 높이 솟아오르는 하얀 파도는
내안의 어둡고 무거운 짐을 하나 둘,,,
부숴내는 듯 후련했다.
나도모르게 빠져들어 탄성을 질러대고
차려진 조개구이에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술맛은 예술이었다.
참 오랫만에 마주앉아 부딪쳐보는 술잔,,,
묵고죽은 구신이 때깔도 좋다는데
살아서 별볼일없는 내인생
죽어서나 때깔이 좋아야
멋진 구신 애인이 생기지않을까.


그런데,,,,그런데말야,,,,
딱 한병만,,,,이란 약속은 파도소리에
쥐도 새도 모르게 쓸려 가버리고,,,,
주거니 받거니 오랫만의 회포를 풀었다.
사는게 별거더냐
외로움도 괴로음도 함께 나누어주는
친구가 곁에 있으니 이순간이 행복이요
살만한 인생이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