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언연의 늪/◈ 감성 엣세이
억새와 인생
보라비치
2023. 12. 21. 20:29

억새와 인생/정언연
눈이 얼마나 내리기 싫으면
먼지처럼 폴폴 날리다 사라지고
풀어헤친 은빛 머리카락
찬바람에 허우적거린다.
부대끼며 살아온 인고의 세월에
텅 비어버린 가슴조차
꼿꼿함으로 버티더니 결국
큰 한숨으로 훨훨 날려보낸다.
서산에 퍼지는 감빛노을
먹먹하도록 저려오는 그리움으로
눈물머금은 콧물이
간간하게 입술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