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비치 2023. 12. 21. 20:29



억새와 인생/정언연


눈이 얼마나 내리기 싫으면
먼지처럼 폴폴 날리다 사라지고
풀어헤친 은빛 머리카락
찬바람에 허우적거린다.

부대끼며 살아온 인고의 세월에
텅 비어버린 가슴조차
꼿꼿함으로 버티더니 결국
큰 한숨으로 훨훨 날려보낸다.

서산에 퍼지는 감빛노을
먹먹하도록 저려오는 그리움으로
눈물머금은 콧물이
간간하게 입술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