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오늘 교수님 강의 있으니 나와 달라는 전화가 왔다.
부산문화위원이시며 토향회(향토문화사업단체) 회장님이신 문학박사님이시다.
나에겐 친정아버지 만큼 정을 주시는 분이다.
70대 후 반이 신데도 아직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시는데
강의하실 때의 목소리는 강의실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열정이 대단하시다. 작년까지도 강의는 빠지지 않고
참석을 했지만 올 들어서는 한번도 가질 못했다.
아니 가지 못한 게 아니라 안 간 것이다.
오늘도 역시 거절해 버렸다.
교수님은 남편의 사업을 많이 도와 주셨는데 거기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성공을 해야 되었지만
남편은 불행하게도 거듭 실패를 하는 바람에
교수님 뵐 면목이 없어 나 스스로 피했는지도 모른다.
이럴수록 더 자주 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겠지만
난 남편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친정 아버지처럼 늘 다정하신 분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남편은 힘 들 때마다 교수님을 찾아가 다 죽어 가는 소리를
해대면 정이 많으신 그 분은 거절을 못하시고
당신도 빈 주머니면서 여기 저기 주선을 해서는 기꺼이
부탁을 들어 주시다보니 그 액수가 '억'이 넘어가고
장난이 아니다.
언젠가 난 교수님께 말씀드렸다.
남편을 너무 믿지 마시고 적당히 하시라고....나중에 후회하실 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그들 둘만의 무슨 끈질긴 정인지... 결국 모두의 소망을 져버리고
남편은 사기를 당해 제일 큰 업체는 문을 닫아 버리고 작은 것만 붙들고 헐떡대고 있다.
난 그 분 앞에 있으면 괜히 자꾸만 눈물이 난다.
고마움 보단 원망의 자리가 더 큰 내 가슴이 너무 아프다.
어느 날 토향회에서 답사 가는 날 교수님이 살그머니
내 곁에 와서 앉으시길레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했더니 '네 남편 때문에라도 오래 살아야 할텐데 내가 너무 힘이 든다~'하셨다.
울컥 눈물이 나오는데 입술을 깨물었다.
아주 절친한 내 친구가 있다. 우리는 비밀 이야기도 많이 하고 둘도 없는 친구로 여겼었는데...
전엔 늘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했는데...
요즘 내가 어려워져서 힘들어하니깐 지가 먼저 만나자는
얘기가 없고 전화도 뜸하다. 자격지심이라 하던가??
나에게도 문제가 있겠지만 아주 친한 친구인줄로만
알았었는데..
힘들 때 멀어지는 친구는 그저 지나는 친구일 따름이었다.
토향회 간사인 그녀가 교수님과 자주 만나 얘기를 나누며 내 사정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더욱 나는 그들을 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나'라는 존재를 모르는 곳에서 살고 싶다.
갑자기 내리는 비가 지금 내 심정을 알기라도 하듯이 가슴에 아프게 내린다.
못난 날 질책하는 걸까?? -비 내리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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