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 자전적 소설/◈연재소설-3.바람의 노래(연재중단)

[연재소설]바람의 노래 1.시련(1)

보라비치 2006. 10. 14. 21:36

제목; 바람의 노래

 

1.시련(1)

 

팔월의 어느 날 밤,
하루종일 내려 쬐던 태양이 지구의 반대편으로 돌아가 있을 밤이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여태껏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골목마다 나와 앉아

더위를 식히던 사람들도 자정이 한 두 시간이나 지나 하나 둘씩 집으로 들어

가버린 골목엔 가로등만이 외롭다.

 

.... 웽웽웽~....


순찰차 한대가 조용한 적막을 깨고 골목을 지나간다. 자정이 지났을 때와

새벽녘이 되면 여지없이 순찰차가 지나간다.

 벽 쪽으로 쪼그리고 돌아누워 있던 창수는 순찰차의 엥엥 거리는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난다. 그 바람에 정희도 놀라 잠이 깼다.
"아니 왜 그러세요?"
"문 잠겼지? 가서 확인 해봐."
"아까 잠그고 잤잖아요. 근데 왜 그래요? 아유 식은땀 좀 봐."
정희는 남편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닦아주었다.

창수는 일어나더니 커튼 사이로 창 밖을 내다본다.
"갑자기 자다 말고 왜 그러는데요?"
"순찰차 지나갔지?"
"네."
"휴우...."
지나가는 순찰차에 놀라 안절부절 하는 남편의 모습에 정희는 놀라움과 함께 측은하기까지 하다.

 

 한번도 약한 모습은 보이지 않던 남편이었는데....자존심 강하고 늘 큰소리

뻥뻥 잘 치던 남편, 이십 년이 다 되도록 자부심 하나로 사업을 해 오면서

경제가 어려워 힘들어 겨우 턱걸이 식으로 힘겹게 이끌어 나가면서도...

꿋꿋하게 지키던 사업이었는데, 그 동안 거래를 해오던 몇 몇 업체 사장들에게 어음을 빌려주었다가 예고도 없이 갑자기 부도를 맞아 여기저기 급한 돈 끌어대어 겨우 은행에 해결을 보고 나니 또다시 어음배서를 해 주었던 업체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이래저래 벼락을 맞은 셈이 되었다.

그러고 나니 자신의 어음은 막을 길이 막막하여 이틀 전에 그만 부도처리를

해버렸던 것이다. 어음부도는 형사입건이라고 들어서인지 금새라도 잡혀

들어갈까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침착하세요. 뭐 죽을죄를 진 것도 아니고 사정이 어려워서 부도를 낸 건데 설마 무작정 잡아가지는 않을 거예요."
"아무래도 안되겠어. 당분간 절에 들어가 있을 테니까 옷 좀 챙겨 놔."
"절에요?"
"응! 아까 스님한테 전화했더니 오라더군."
 
 절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왠지 마음이 편하단다. 사업을 해 오면서 힘이

들 때나 마음이 답답하면 절에 올라가서 마음 수양도 하고 스님의 좋은 말씀도 듣고 하던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사찰에 주지이셨다. 정희도 가끔은 그 절에 올라가서 법당청소도 하고 스님공양도 지어드리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강원도 평창에다 절을 지어서 부근에 나무도 심고 약초재배도 하신 단다.

"그럼 그러던지요. 그런데 사무실이랑 재고품들은 정리 했나요?"
"정리할거나 있어? 주위에 필요한 사람 다 가져 가라고 하지 뭐."
"...................."

 정희의 머리 속은 텅 비어있는 것처럼 아무 것도 생각 할 수가 없다. 아니

앞으로 살아 갈 일이 너무 막연하여 그럴지도... 그녀는 지금 두 마음이다.

자기만 도망 가버리면 남은 식구들은 어떡하라고 끝까지 책임져야 할게 아니냐고 붙잡아? 아냐, 그래 차라리 잘됐지 뭐. 늘 힘들게 하는 사람 뒷바라지하기도 이젠 질렸으니까...

설마 산 입에 거미줄 칠까? 하지만 아이들에게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가

걱정이다.

 

 올해 대학 들어 간 큰딸 시은이와 여고 이 학년인 작은딸 시애, 중학교 삼 학년인 막내아들 동현이. 시은 이는 비록 아빠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던 대학이지만 한창 꿈에 부풀어 이제 겨우 한 학기를 마치고 며칠 전에 이 학기 등록을 마쳤는데... 시애도 지금 여고 이 학년이라 입시공부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고

동현이도....
 
 정희는 눈앞이 감감하고 가슴이 답답해오지만 절망감에 더 빠져있는 남편에게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태연한척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무슨 말을 더 이상 어떻게 하겠는가.
당신 생각대로 하라고 할 수밖에....

 

떠나기 전에 인사드릴 분이 있다며 아침 일찍 남편은 외출을 하고 정희는

종일 생각에 잠겨 있다.

어떡하나... 애들에게 어떻게 얘기를 하지? 집안 일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그녀는 그냥 멍하니 앉아 두서도 없는 생각에 잠겨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