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언연의 늪/◈ 감성 엣세이

쓸쓸한 여유로움

보라비치 2026. 1. 27. 10:44

평생 일만하다가 요즘 두손두발
다 쉬는데 좀이 쑤신다.
노는것도 아무나 노는게 아니란걸
절실히 느낀다.
사람들과 어울려 수다떠는것도
할줄모르니 혼자여행을 즐기는데
것도 나이먹으니 이젠 재미가없다.
................................

8대종가 장손이라 제사가 13번인데
제군이 190여명이니 음식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준비한다.
새벽에 일어나면 바닥에 궁뎅이
붙일시간도 없이 종일 동동거리다가
저녁식사 끝으로 하루가 끝나는데
발바닥 불이붙은듯 열이 펄펄...

시어머님 60세에 뇌출혈로 수술을
시작으로 햇수로 20년가까이 또다른
수술과 입원등으로 대학병원만
전전하시던 어머님은 오로지 큰며느리만
곁에 두시려해서 병원밥 못먹는 나는
멀리 못가니 휴게실자판기에 율무차가
내식사였다.
그래서 지금은 율무차마시면 체한다.
나의 버팀목이셨던 어머님 돌아가시고
남편은 윗대제사는 묘사올리고 9번만 지냈다.

꽃키우기 좋아하던 나는 화원을
경영하며 장사도 그럭저럭
잘됐고 즐거웠는데 어느날갑자기
남편이 나를 사업에 끌어들이려한다.
집안에선 절대 안된다고 말렸지만
한달여 끈질기게 설득하는덴 졌다.

화원을 접고 남편사업과 동등한
업종으로 사업자등록내고 승승장구
잘 이끌어 돈을 쓸어담듯 잘되었는데
손크고 귀가얇은 남편히 결국
대형사고를 쳤다.

나와는 의논한마디없이 술자리에서
사업관한얘기하다 유령회사와
거래를 성사했는데 하필 내 사업체였다.
아무것도 모르고있다가 세무서에서
연락이와서 알게되었는데 갑자기
어떻게 손을 쓸수가 없었다.
남도아니고....왜...왜!!
어쩔수없이 부도를 내고 금융계,보험등
모든게 압류되어 그날로 나는 알거지가
되었다.

사업을 계속하려면 계획을세워서
돈관리를 해야지 주먹구구식으로
하다간 밑빠진독에 물붓는격이라고
늘 얘기했지만 큰소리 뻥뻥치며
귓등으로 듣더니...결국
남편도 40년 해오던 사업을 빚더미로
부도내곤 2015년 파산했다.

이렇게 내인생 모든게 다 깨져버렸다.
정신도 몸도 다 망가지고 아무것도
못하고 정신줄 놓고 있을때
마음을 일깨워주고 도와주던
몇몇 지인이 있어 정신을 차렸다.
그래 나야나!!!용기를 냈다.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고
살아야하니 뭐든해서 돈을 벌어야지.
여성개발원에 알아보고 교육을받고
산후도우미를 시작했는데 일년여지나
건강이 도움이 안되네~
두무릎 인공관절수술하고 1년후
다시 요양보호사자격증을따서
어르신들 케어를 했다.
처음엔 너무 힘들어서
내가 왜 이렇게 되었나
원망과증오에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약해지는 내모습이 싫어서
뒤는 돌아보지말자 다짐했었다.

이렇게 나이를 먹게되니 몸도
같이 나이를 먹으니 탈이나네~
더이상은 힘들어서 퇴사하고나니
꿈에그리던 여유로움인데
나이들어 느끼는 여유로움은
참....쓸쓸하다.
하필 겨울이라 화초들도 모두
잠자니 손댈일도 없고
봄이 얼른 오기를 기다린다.

ㅡ정언연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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